JOURNAL / IDEAS

멜리랩스의 시작을 Hate-Value로 다시 보면|실제 창업 아이디어 발굴 사례

BY MellieLabs
식물 관리가 어렵지만 식물이 있는 공간을 원했던 멜리랩스 창업 아이디어의 출발점

멜리랩스(MellieLabs)는 처음부터 식물을 좋아해서 시작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살아있는 식물을 키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관리가 귀찮았고, 몇 번이고 식물을 죽였습니다. 물을 언제 줘야 하는지 신경 쓰는 것도 번거로웠고, 상태가 좋지 않아졌을 때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귀찮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식물을 들이는 것 자체가 점점 부담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인테리어가 잘된 집을 볼 때마다 부러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창가와 테이블, 선반 곳곳에 식물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식물을 직접 키우는 것은 싫은데, 식물이 있는 공간은 갖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모순된 취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 모순이 하나의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는 정말 식물이 싫은 걸까, 아니면 식물을 관리하는 일이 싫은 걸까?

돌이켜보면 이 질문이 멜리랩스의 시작점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 과정을 다시 정리하면서 HATE → WHY → VALUE → SIGNAL → DESIGN 이라는 Hate-Value의 구조로 발전시키게 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완성된 사업 아이템 자체보다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합니다.

HATE|식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창업 아이템을 찾을 때 흔히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세요?” 그런데 제 경우에는 이 질문으로 지금의 방향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식물 키우는 거 귀찮아. 어차피 또 죽일 것 같아.”

물을 챙겨주는 것도,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아보는 것도 번거로웠습니다. 몇 번 식물을 죽이고 나면 새로운 식물을 사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예쁘긴 한데 내가 또 죽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입니다.

Hate-Value의 관점에서 보면 이 문장이 하나의 HATE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식물이 싫다.” 라는 문장 자체가 아닙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BUT|그런데 식물이 있는 집은 부러웠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모순이 생깁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싫었는데, 인테리어가 잘된 공간에서 식물이 예쁘게 배치된 모습은 좋아했습니다.

큰 식물이 공간 한쪽을 채우고 있거나, 작은 화분이 선반과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집을 보면 ‘우리 집도 저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제가 싫어했던 것과 원했던 것이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식물을 관리하는 것은 싫다. 하지만 식물이 만들어주는 공간의 분위기는 갖고 싶다. 이 모순을 발견하면서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WHY|내가 정말 싫어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래서 한 단계 더 들어가봤습니다. 왜 식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을까? 식물 자체가 보기 싫었던 것은 아닙니다. 집에 식물이 있는 것도 싫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관리 과정에 있었습니다. 물을 언제 줘야 하는지, 지금 상태가 괜찮은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계속 판단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식물이 죽으면 “역시 나는 식물을 못 키워.” 라는 경험이 또 하나 쌓였습니다. 그러자 처음의 문장이 달라졌습니다.

식물이 싫다 에서 식물을 관리하면서 반복적으로 판단하고 실패하는 경험이 싫다 로 바뀐 것입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문제가 달라지면 해결할 수 있는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VALUE|싫어하는 것의 반대편에는 원하는 것이 있었다

그다음에는 질문을 뒤집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식물을 없애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식물이 있는 공간은 갖고 싶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관심과 판단을 요구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몇 가지 VALUE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FUNCTIONAL VALUE 관리 과정이 지금보다 단순했으면 좋겠다.

EMOTIONAL VALUE ‘또 죽이면 어떡하지?’라는 부담을 줄이고 싶다.

IDENTITY VALUE 식물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어도 식물생활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PERIENCE VALUE 식물관리가 숙제가 아니라 생활의 즐거움에 가까웠으면 좋겠다.

결국 제가 원했던 것은 식물을 잘 키우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식물을 잘 몰라도 식물이 주는 좋은 경험은 누릴 수 있는 것. 이것이 HATE의 반대편에서 발견한 VALUE였습니다.

또 하나의 HATE|지역의 것을 찾는데 왜 비슷하게 느껴질까?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또 다른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제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에게 이 지역다운 것을 하나 선물한다면 뭘 주지?” 라고 생각하니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지역상품을 찾아보면 특정 특산물이나 먹거리처럼 익숙한 방식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이런 상품이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지역자산입니다. 다만 제 취향에서는 조금 다른 것이 필요했습니다.

먹는 것 말고도 지역을 경험할 방법은 없을까? 집에 두거나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의 것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역시 작은 HATE였습니다.

WHY|지역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표현 방식이 아쉬웠다

여기에서도 WHY를 따라가봤습니다. 제가 지역상품 자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역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은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것은 지역의 자원이 비슷한 형태로 소비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러자 질문이 생겼습니다. 지역자원을 꼭 기존 방식 그대로 상품화해야 할까?

지역에서 발견한 소재를 오늘의 생활, 공간, 캐릭터, 콘텐츠, 경험과 연결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역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시작하면서 지역자원을 보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VALUE|지역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하는 방법

두 번째 HATE에서 발견한 VALUE는 지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이름을 크게 붙이는 것보다, 왜 이곳에서 시작됐는지, 어떤 이야기를 발견했는지, 그것을 오늘의 생활과 어떻게 연결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였던 두 개의 HATE가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관리 부담 없이 식물이 주는 좋은 경험을 누리고 싶다.

다른 하나는 지역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싶다.

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새로운 질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두 가지 VALUE를 하나의 생활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멜리랩스가 지금의 방향을 찾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SIGNAL|그런데 이건 나만의 불편함 아닐까?

여기까지는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내가 귀찮다고 느낀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귀찮다고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의 지역상품을 다른 사람도 원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Hate-Value에서는 HATE와 VALUE만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확정하지 않습니다.

SIGNAL을 확인합니다. 멜리랩스 역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잠재고객의 반응을 조사하고, 실제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현장에서 반응을 관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단순히 ‘이야기가 재미있다’ 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생활에서 도움이 되는지, 사용하기 쉬운지, 가격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가 함께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의 아이디어 역시 계속 수정됐습니다.

SIGNAL은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 이라기보다 “내 생각 중 무엇이 틀렸는지 발견하는 과정” 에 더 가까웠습니다.

DESIGN|그제야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Hate-Value에서 DESIGN은 마지막에 옵니다. 처음부터 “무슨 제품을 만들까?” 라고 시작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HATE와 WHY를 통해 문제를 다시 보고, VALUE를 통해 원하는 상태를 찾고, SIGNAL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그때 비로소 질문합니다.

“이 가치를 어떤 형태로 전달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답은 꼭 하나의 제품일 필요가 없습니다.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오프라인 경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멜리랩스 역시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사업의 범위를 고정하기보다 식물생활과 지역의 이야기를 오늘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를 중심으로 여러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구체적인 제품 구조나 제작 방식은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발견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멜리랩스의 Hate-Value를 한 번에 정리하면

HATE 식물을 키우는 것이 귀찮고 자꾸 죽이는 것이 싫었다. 지역의 것을 찾았을 때 비슷한 선택지가 반복되는 것이 아쉬웠다.

WHY 식물 자체보다 반복되는 관리 판단과 실패 경험이 싫었다. 지역 자체보다 지역을 표현하고 경험하는 방식의 선택지가 아쉬웠다.

VALUE 식물을 잘 몰라도 식물이 주는 좋은 경험을 누리고 싶다. 지역을 조금 더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싶다.

SIGNAL 다른 사람도 비슷한 문제를 느끼는지 조사하고, 실제 반응과 행동을 통해 가설을 확인한다.

DESIGN 발견한 VALUE를 제품·서비스·콘텐츠·경험 등 여러 형태로 설계하고 검증한다.

MellieLabs의 Hate-Value Statement

현재 이 사례를 Hate-Value Statement로 정리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식물관리가 어렵고 번거로운 사람도 관리 부담 때문에 식물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 안에서 식물과 지역의 이야기를 더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생활방식을 제안한다.

이 문장은 특정 제품을 설명하는 카피가 아닙니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제품이나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우리가 어떤 VALUE를 만들고 있는가?” 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에 가깝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

흥미로운 것은 제가 처음부터 “Hate-Value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창업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먼저 실제 창업 과정이 있었습니다.

싫었던 경험이 있었고, 왜 싫은지 생각했고, 그 반대편에서 원하는 것을 발견했고,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아이디어를 계속 수정했습니다. 그 과정을 나중에 되짚어보면서 반복되는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HATE → WHY → VALUE → SIGNAL → DESIGN 으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Hate-Value는 현재 완성된 정답이라고 주장하기보다 실제 창업과 교육에 적용하면서 계속 검증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아이디어 발굴 프레임워크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창업 아이디어에서도 이 구조가 반복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것에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창업 아이디어를 찾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지?” 라는 질문은 여전히 좋은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왜 나는 이게 이렇게 귀찮지?”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HATE를 없애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제가 원했던 VALUE가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식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식물과 관련된 사업의 방향을 발견하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싫어하는 것 속에는 때때로 내가 정말 원하고 있지만 아직 얻지 못한 상태 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Hate-Value는 바로 그것을 찾기 위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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